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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탑 
여탑  

아니 사실은 그렇게 한 것은 그였다. 그가 말했다. 「
나는 사제가 되려는  여탑 소망이 있어. 그걸 자네도 알지. 우리가 그토록 예감하는 새
로운 종교의 사제가 가장 되고 싶었어. 난 결코 사제가 될 수 없을 걸세. 그걸
알고 있어. 전에도 알았지. 자신에게 그걸 완전히 고백은 안했어도 벌써 오래전
부터 말이야. 나는 바로 다른 사제 봉사를 하려 하네. 어쩌면 오르간 건반 위에
서, 어쩌면 다른 곳에서. 그러나 나는 늘 무엇인가, 내가 아름답고 성스럽게 느
끼는 것에 에워싸여 있어야 해. 오르간 음악이든 비밀 의식이든, 상징과 신화든,
나는 그런 것이 필요해. 그리고 그런 것에서 떠나지 않겠네. 그게 나의 약점이
지. 왜냐하면 나도 때때로, 싱클레어, 내가 그런 소망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
는 것을 알아. 그것이 사치이며 약점이라는 것을 알아. 만약 내가 아주 단순하게
아무런 요구 없이 운명에 자신을 내맡긴다면, 그 편이 더 위대한 일일 거야. 더
올바른 일일 거야. 그러나 나는 그럴 수가 없어.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이지. 어쩌면 자네는 언젠가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운명에 자신을 내맡기는
건 어려워. 그건 세상에서 유일한 진짜 어려움이라네. 이보게, 나는 자주 그 꿈
을 꾸었지. 그러나 그럴 수 없어. 그 앞에서 몸서리쳐. 나는 그렇게 완전히 벌거
벗은채 외롭게 서 있을 수가 없어.  여탑 나 또한, 약간의 온기와 먹이를 필요로 하고
이따금씩은 자기 비슷한 것들을 곁에서 느끼고 싶어하는, 한 마리 가엾은 약한
개라네. 정말로 자신의 운명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자, 그에게는 그
@p 174 여탑 
때부터는 자기 비슷한 사람이 없어. 완전히 홀로 서 있지. 주위에는 오직 차가운
우주뿐이지. 자네 알지, 그건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야. 기꺼이 여탑  십자가에 못 박히
려는 순교자들이 있었어. 그러나 그들도 영웅은 아니었어, 해방되지 않았어. 그
들 또한 무엇인가를 원했지, 그들에게 익숙하며 고향 같은 것을, 그들은 모범이
있었어. 이상이 있었지. 아직도 오로지 운명만을 원하는 자, 그에게는 이제 모범
도 이상도 없어. 사랑스러운 것이 아무것도 없어. 위로가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
어, 그는! 그리고 사실은 이 길을 가야 되는 것 같아. 나나 자네 같은 사람들은
정말로 고독해.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서로 가진 것이 있지. 우리는 남들과 다르
다는, 거역한다는, 비범한 것을 원한다는 남모르는 만족을 가지고 있지. 아 만족
또한 버려야 해. 그길을 완전히 가고자 한다면 말이야. 혁명가가 되려 해서도 안
돼, 모범이 되려 해서도, 순교자가 되려 해서도 안돼. 상상할 수도 없지만 말이
야」
그렇다.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꿈꿀 수는 있었다. 미리 느낄 수는 있었
다. 예감할 수 있었다. 아주 고요한 시각을 찾아낼 때면 몇 번 그것을 조금 느꼈
다. 그럴 때면 나는 내 마음속으로 눈길을 보내며 똑똑하게 뜨여 있는, 내 운명
의 영상의 두 눈을 들여다본다. 그 두 눈은 지혜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광
기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사랑이 환히 빛나는 것 같기도 하고 깊은 악의가
빛나는 것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 중 그 무엇도 택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무엇도 원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
@p 175
다. 스스로 갖겠다고 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운명뿐이었다. 거기로 가는
한 구간을 피스토 여탑 리우스는 길잡이로 나에게 봉사했다.
그때 나는 눈먼 듯 이리저리 헤매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폭풍이 포효하고 있
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험이었다. 앞에는 지금까지의 모든 길이 그리로 들어
가 가라앉아 버리고 마는 수렁의 어둠밖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리고 나의 내
면에서는 인도자의 모습을 보았다. 데미안을 닮았으며 그 눈에 내 운명이 적혀
있었다.
나는 종이에 적었다. <한 인도자가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서 있습니다. 한 발자국도 혼자 디딜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데미안에게 그 종이를 보내려 했다. 그렇지만 그만두었다. 내가 그러려고 하면
번번이, 그게 멍청하고 무의미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작은 기도를 외
웠고 그것을 자주 내 마음속에서 되뇌었다. 그 말은 매시간 나와 함께 있었다.
기도가 무엇인지 나는 예감하기 시작했다.
내 학생 시절이 끝났다. 나는 방학 동안 여행을 했다. 우리 아버지가 생각해
내신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대학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어떤 대학에 갈지
는 몰랐다. 철학을 한 학기 듣기로 했다. 다른 과목을 들었더라도 마찬가지로 만
족스러웠을 것 같다.
@P 176
에바 부인
방학중에 한 번, 몇 해 전 막스 데미안이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집으로 가보
았다. 어떤 늙은 부인이 뜰에서 산 여탑 책을 하고 있어 말을 걸었더니, 그 집 주인이
었다. 데미안 일가에 대해 물었다. 잘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지금 어디 사는
지는 몰랐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는, 나를 집 안으로 데리고 가서
가죽 앨범을 찾아내어 데미안 어머니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게 그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작은 사진을 모았을 때 심장의 고동이 멈추었다. 그
것은 내 꿈의 영상이었던 것이다! 그녀였다. 키 크고 거의 남자 같은 여성의 모
습, 아들과 비슷한데 어머니다운 표정, 엄격한 표정, 깊은 열정의 표정을 지니고
있었으며, 아름다우면서 유혹적이고, 아름다우면서 접근할
@P 177
수 없었다. 수호자이자 어머니, 운명이

섹밤 
섹밤 
섹밤 
아찔한밤 

Demian은 독일어단어 데몬Damon을 연상
시킨다. 데몬은〈악령〉으로 번역될 수도 있지만 또한 선이든 악이든 한 인간
속에 내재하는 초인적인 힘을 가리킨다. 그러한 데미안이 마지막에〈그Er〉라고
대문자로 표기됨으로써 신처럼  여탑 드높여져 있다. 한 젊음이 몹시도 고통스럽게 찾
아낸 자아의 소중함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싱클레어Sinclair라는 이
름 역시 흔치 않은 독일 이름으로, 후반생을 광기에 사로잡혀 보냈던 천재 시인
흴덜린의 친구 이름이다. 불행했던 시인이 마음을 의지했던 사람의 이름을 주인
공이자 작가의 이름으로 빌려씀으로써,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스스로를 불행한
천재 시인의 자리에 세워볼 수도 있다.
머리말을 제외한 전체 8장은 유년으로부터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성장의 경험들을 통하여 성찰해 나간다.
제1장 「두 세계」는 나쁜 친구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흔한 경험을 통하여 유
년의 행복에 그어지는 첫 균열의 경험을 다룬다. 아버지 집이라는 밝은 세계 한
가운데서 다른〈어두운 세계〉, 집안의 정돈된 평화 한가운데서 경험하는 최초
의 어두운 세계의 고통스러운 체험으로부터 인식은 시작된다.
제2장 「카인」은 크로머로부터 싱클레어 여탑 를 구출해 준 뛰어난 소년 데미안이
열어주는 또 다른 시각을 다룬다. 낙인찍힌 악인, 카인을 남달리 뛰어난 사람으
로 보는 데미안의
@p 227
해석은 주입된 모든 규범에 대한 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다시 아벨이 되어 예전
의 낙원 같은 유년의 세계에 안주하고 싶은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기피한다. 크
로머라는 작은 악으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해 주기는 했지만 데미안은 그에게는
알고 싶지 않은 갈등 상황,〈또 하나의 악하고 나쁜세계와 나를 묶어주는 유혹
자〉인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싶지 않은 갈등이
부각된다.
제3장「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에서 데미안은 또 하나의 기존 규범의 단순
수용의 수정을 종용한다. 〈천천히 눈뜨는 성에 대한 감정이 하나의 적이자 파
괴자로, 금기로, 유혹과 죄악으로 들이닥친〉시절, 허용된 밝은 세계로 나올 수
없는 원시적 충동이 이제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속에 사록 있다
는 것을 발견해야만 했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하여 또 한 차원의 의식 지평
의 확대를 경험한다. 한때 크로머였던 것이 이제는〈내 자신 속에 박혀 있음〉
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멀리 있던 데미안

아찔한밤 
아찔한밤트위터 
아메센터  

다시 서서히 다가섰고 다시 힘과 영
향력을 발휘한 여탑 다. 데미안은 독심술과 주의력 집중의 비결을 알려주며, 또 하나의
종교화,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 곁에 매다렸던 도둑들을 예로 싱클레어의 의식
지평을 넓혀준다. 마지막 순간에 회개한 도둑보다 그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간 도
둑 쪽이〈강한 개성을 가진〉도둑이고 뛰어난 카인의 후예일 수도 있다는 것이
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일면적 교리에 대한 대안이 되는 포괄적인 신앙에 대한
의식을 심어준다. 싱클레어는 각성을 통하여 기쁨을 잃는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행복하려 했
@p 228
던 마지막 시도가 실패하고 견진성사 이후, 데미안마저 떠나고 싱클레어는 공허
와 고립감, 쓸쓸함 속에서 홀로 침잠하여 기다린다.
제4장「베아트리체」는 비애와 절망에 좀먹히고, 작은 타락을 경험하는 도시
생활을 그린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만 남았는데, 그걸 기다리는 나날 속에서
유년과는 최종적 결별이 이루어진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소녀〈베아트리체〉가
아름다움과 정신성, 정결함에의 동경을 일깨우는 이상상으로 자리잡는다. 그 이
후 싱클레어가 그려내는 영상은,〈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 나이가 없고, 의
지가 굳세면서도 몽상적이며, 굳어 있으면서도 남 모르게 생명력있어〉보이는
얼굴,〈데미안의 얼굴(...) 나의 삶을 결정한 것,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 친구의 모습, 애인의 모습, 운명의 모습〉으로 확대된다.
데미안이 그렸던 자기 집 현관문 위의 마모된 문장에 그려진 새의 모습과 결합
된다.〈몸 절반은 어두운 지구 땅덩이 속에 박혀 있는데, 커다란 알에서부터인
듯 땅덩이에서 나오려고 푸른 하늘 바탕 위에서 애쓰고 있〉는 날카롭고 대담한
매의 머리를 가진 노란빛 맹금의 모습과 결합된다.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한 시
절의 방황과 고투가 하나의 상징에  여탑 농축되어 있다.
제5장「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는 이 새의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내
고 뜻밖의 답장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p 229
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우연히 역사 시간에 이 이름을 듣게 되어
그것이〈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지닌 어떤 신성
〉이라는 것 정도만 알게 된 싱클레어는 압락사스라는 낯선 신을 찾아 헛되이
도서관을 뒤지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그 꿈의 영상에 집착한다.
그러다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어두운 영혼에 대
한 절실한 귀기울임과 배화를 경험한다. 또 하나의 스승을 만난 것이다.〈모두
가, 가장 진부한 대화도,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내 마음속의 한 점을 계속
수드렸다. 모든 대화가 나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모든 대화가 내 허물을 벗는
일에, 알 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제6장「야곱의 싸움」은 나에게 축복을 내리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며 천사
와 씨름한 야곱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메센터  

연인이었다. 그녀었다!
내 꿈의 영상이 지상에 살이 있음을 그렇게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은 엄청난
기적처럼 내 온 전신을 꿰뚫었다! 그런 모습의 여성, 내 운명의 표정을 지닌 여
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그런데 그녀가 데미안의
어머니였다. 여탑 
그 뒤 곧 나는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여행이었다! 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
각을 따라 이곳 저곳으로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줄곧 그녀를 찾으면서. 그녀를
상기시키는 모습, 그녀를 닮은 모습, 뒤엉킨 꿈속에서처럼 낯선 도시들의 골목길
들을 지나, 역들을 지나, 기차로 나를 끌어들이는 모습, 온통 그런 모습들만 만
난 날들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를 통찰하는 다른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어딘가에,
공원에, 호텔 정원에, 대합실에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고 내 마음속의 그 영
상을 살아 있게 만들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부끄럼 타듯, 도망치듯 사라지
곤 했다. 한 번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기차를 타고 알 수 없는 풍경들을
지나며 나는 십오 분 정도씩 끄덕끄덕 졸았다. 한번은 취리히에서 어떤 여자가
나를 뒤쫓아왔다. 예쁘지만 다소 뻔뻔스러운 여자였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갔다. 마치 그녀가 공기이기라도 하듯이. 다른 여성에게
한시라고 관심을 보내느니 차라리 즉시 죽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P 178
내 운명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음을 나는 감지했다. 성취가 가까이 있음을 감
지했다. 성취를 위해 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초조로 미칠 것 같았다.
한 번은 어느 역에서, 인스부르크에서였던 것 같은데, 방금 출발한 기차의 창가
에서, 그녀를 상기시키는 모습 하나를 보았고 그래서 여러 날 불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모습이 밤에 꿈속에서 나타났다. 내 추적의 무의미함에 대한 부끄럽
고 또 황량한 느낌으로 깨어나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몇 주 뒤 나는 H대학에 등록했다. 모든 것이 실망이었다. 내가 들은 철학사
강의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방랑과 똑 여탑 같이 실체 없고 공장식이었다.
모든 것이 찍어낸 것 같았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하는 게 같았다. 그리고
소년티 나는 얼굴들에 어린 달아오른 즐거움은, 보는 사람이 우울할 정도로 텅
비고 기성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자유로웠다. 나 자신을 위해 온 하루를 쓸
수 있었다. 교외의 오래된 낡은 집에서 조용하고 아름답게 지냈고, 내 책상 위에
는 니체가 몇 권 놓여 있었다. 니체와 함께 살았다.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꼈다.
그를 그침없이 몰아간 운명의 냄새를 맡았다. 그와 함께 괴로워했다. 그토록 가
차없이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행복했다.
한 번은 저녁 늦게 한가롭게 시내를 걷고 있었다. 불어오는 가을 바람 속에
서, 술집들에서 대학생 무리들이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 창문에서 담
배 연기가 자욱하게 솟아나왔다. 큰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노랫소리는 크
@P 179
고 요란했지만 활기가 없었고 생명 없이 획일적이었다.
나는 어느 길모퉁이에 서서 귀기울였다. 정확하게 연습된 젊음의 쾌활함이 두
술집으로부터 울려나와 어둠 속으로 치솟고 있었다. 어딜 가도 모임이, 어딜 가
도 함께 쭈그리고 앉는 모임이 있었다. 어디

아메센터 
제이제이닷컴 
제이제이닷컴  

나 운명의 짐 풀기와 따뜻한 아궁
이 곁 여탑 으로의 도피가 있었다!
내 뒤에서 남자 둘이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조금 들었다.
“어느 흑인 부락에 있는 청년 집회소나 여기나 똑같지 않아요?” 한 사람이
말했다. “다 똑같지요. 심지어 문신이 아직도 유행이구. 알아두시오. 이게 신유
럽이오”
그 목소리는 놀랍게 경고저이고 귀에 익은 것이었다. 나는 어두운 골목에서
그 두 사람을 따라갔다. 한 사람은 키가 작은 멋쟁이 일본이이었다. 어느 가로등
밑에서 그의 미소 띤 노란 얼굴이 문득 환히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다름 사람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당신네 일본에서도 더 나을 게 없겠지요. 패거리를 뒤쫓지 않는 사
람들은 어디서나 드물어요. 여기에도 조금 있을 뿐입니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쁜 놀라움으로 나의 뇌리를 꿰뚫었다. 말하는 사람
이 아는 사람이었다. 데미안이었다.
바람 부는 어둠 속에서 나는 그와 그 일본 사람을 따라 어두운 골목들을 지났
고, 그들의 대화에 귀기울였으며 데미안의 목소리의 울림을 즐겼다. 그 목소리는
옛날의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오래된, 아름다운 안정감과 평안을 지
@P 180
니고 있었고 나를 지배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게 다 잘됐다. 그
를 찾아낸 것이다.
어느 교외 거리의 끝에서 일본 사람이 작별을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데미안
은 그 길을 되돌아왔다. 나는 그대로 멈추어 선 채로 길 한가운데에서 그를 기
다렸다. 뛰는 가슴으로 나는 그가 나를 향하여 마주 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꼿꼿하고 탄력 있게, 갈색 여탑  레인 코트를 입고, 팔에는 가느다란 단장을 걸고 있었
다. 그는 특유의 고른 보조를 유지한 채로, 내 바로 앞까지 와서 모자를 벗고 그
의 환한 얼굴을 내게 보였다. 결단력 있게 다문 입에, 넓은 이마가 특이하게 환
한 얼굴을.
“데미안!”내가 외쳤다.
그는 내게로 손을 뻗었다.
“너로구나, 싱클레어! 널 기다렸어”
“내가 여기 있는 걸 알았단 말이야?”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확신을 가지고 희망했어. 보는건 오늘 저녁이 처음이
구. 너 저녁 내내 우리를 뒤따라왔지”
“그럼 난 줄 금방 알았단 말이야?”
“물론이지. 네가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표적을 가지고 있구나”
“그 표적? 무슨 표적 말이야?”
“우리가 전에 카인의 표적이라고 그랬지. 아직 기억할 수 있다면 말이야. 그
건 우리들의 표적이지. 넌 그걸 언제나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네 친구가
되었었구. 그런
@P 181
데 지금은 그 표적이 더 분명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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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오떡
가떡   여탑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한번은 형 모습을 그렸
어, 데미안. 그런데 놀랍지. 그게 나하고도 비슷했어. 그것이 그 표적이었을까?”
나는 놀랐다.
“형 어머니? 여기 계셔? 날 전혀 모르시잖아”
“아니, 너에 대히서 아셔. 널 잘 아실 거야, 네가 누구인지. 내가 말씀은 안
드렸지만. 넌 오래 아무 소식이 없었지”
“오, 자주 편지를 쓰려고 했지만 잘 안 되었어. 얼마 전부터는, 형을 곧 찾아
낼 게 틀림없다는 느낌이었어. 날마다 기다렸어”
그는 내 팔짱을 끼고 나와 함께 계속 걸었다. 그에게서 안정감이 나와 내 마
음속으로 흘러들었다. 우리는 곧 예전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학생 시절
을, 견진성사 수업을, 떠 그 당시 방학 때의 저 불행한 만남도 기억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가장 긴밀한 최초의 끈, 프란츠크로머에 대해서만을 그때도 이
야기가 없었다.
어느새 우리는 기아하고도 예감에 찬 대화 한 가운데로 빠져들어 있었다. 데
미안이 그 일본인과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하며, 대학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했고
거기서부터 다른 이야기로 옮아갔다.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던 다른 문제도 데
이안의 말 가운데서 긴밀하게 연관되었다.
@P 182
그는 유럽의 정신과 이 시대의 징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디서나 연합과 패
거리짓기가 기세 여탑 를 떨치고 있다고, 그러나 그 어디서도 자유와 사랑은 없다고
그가 말했다. 대학생 서클과 노래 동호인 모임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의 이 모
든 공동체는 두려움에서, 무서움에서, 당황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런 공동체는
내부가 상해 있고 낡고 와해가 임박해 있다는 것이었다.
“연대란”데미안이 말했다.“멋진 일이지. 그러나 지금 도처에 만발해 있는
것은 전혀 연대가 아니야.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동안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것야. 지금 연대라며 저기 저
러고 있는 것은 다만 패거리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이 서로에게로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이야. 신사들은 신사들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학자는
학자들끼리! 그런데 그들은 왜 불안한 걸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안 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모두가 그들으 삶의 법칙들이 이제는 맞지 않음을, 자기들
은 낡은 목록에 따라 살고 있음을 느끼는 거야. 종교도, 도덕도, 그 모두가 이제
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맞지 않아. 백 년 그리고 그 이상을 유럽은 그저
연구만 하고 공장이나 지였지. 사람들은 정확히 알아. 사람 하나 죽이는 데 확약
이 몇 그램 필요한지. 그러나 어떻게 신에게 기도해야 하는지는 모르지. 어떻게
한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걸. 저런 대학생들 술집을 한 번
봐! 아니면 부
@P 183
자들이 가는 유흥장들을 봐! 절망적이지! 이봐 싱클레어, 그 모든 것에서는 진
정한 명랑함이 나올 수 없단다. 저렇게 겁을 먹고 서로 뭉친 사람들은 두려움과
악의로 가득 찼어. 아무도 남들은 여탑 

유짱 
유흥포럼 
유흥클럽  

신뢰하지 않아. 그들은 이제는 더 이상 이상이
못 되는 이상들에 매달려 있어. 그러면서 새로운 이상을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돌을 던지지. 싸움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감지해. 싸움들이 다시 벌어질 거야.
날 믿어. 곧 벌어진다구! 물론 그것들이 세계를 (개선)하지는 못하지. 노동자들이
그들의 공장주를 쳐죽이든지, 혹은 러시아와 독일이 서로 총질을 하든지, 주인만
바뀌겠지. 그러나 헛된 일은 아닐 거야. 오늘날의 이상이 얼마나 가지 없는지 밝
혀지겠지. 석기 시대의 신들을 청소하게 되겠지. 지금 있는 대로의 이 세계는 죽
으려고 하고 있어. 멸망하려 하고 있어. 그리고 멸망할 거야“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될까?”내가 물었다.
“우리들? 오, 어쩌면 우리도 함께 멸망하겠지. 우리가 우리 같은 사람을 쳐죽
일 수도 있지. 제발 그럼으로써 우리가 다 없어져 버리는 일만 없기를. 우리에게
서 남는것, 혹은 우리들 중에서 그 후에도 살아남는 자들 주위에 미래의 의지가
집결되겠지. 우리 유럽이 한동안 자신의 기술 및 학문의 대목시장을 펼쳐놓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통에 들리지 않았던 인류의 의지가 드러날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인류의 의지가 결코 그 어디서도 오늘날의 공동체들, 국가들과 민족들,
협회들과 교회들의 의자 여탑 와 같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겠지. 오히려 자연의 의지는
개개인들
@p 184
속에 적혀 있어. 네 마음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예수속에 적혀 있고 니체
속에 적혀 있지. 이 유일하게 중요한 조류들을 위한-그런 건 물론 날마다 모습
이 다를 수 있겠지만-공간이 생기게 될 거야. 오늘날의 공동체들이 와해되고 나
면 말이야.“
우리들은 늦게 강가에 있는 어느 뜰 앞에서 멈추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데미안이 말했다.“ 한번 와! 우리는 널 몹시 기다리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나는 서늘해진 어둠을 뚫고 먼 거리를 걸어서 돌아왔다. 이곳
저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대학생들이 시끌벅적 휘청거리며 시내를 지나가고 있
었다. 자주 나는 때로는 결핍감을 느끼며, 때로는 비웃으며 그들의 코믹한 즐거
움과 나의 외로운 삶이 대립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나하고 얼마
나 무관한지, 이런 세계가 나한테는 얼마나 멀리 실종된 것인지를 오늘처럼 안
정감과 남모르는 힘으로 느껴본 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내 고향 도시의 관리
들, 그 늙고 위엄 있는 신사들이 기었났다. 그네들은 축복받은 천국의 기념품처
럼 그들이 술집에서 허비한 대학 시절의 추억에 매달렸으며 그들의 학창 시절의
사라져버린 (자유)를 예찬했다. 여느 때 시인이나 다른 낭만주의자들이 유년에
바치는 숭배와 같이. 어디서나 똑같았다! 어디서나 그들은 이미 지나가 버린 시
간 속 그 어딘가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았다. 오로지 두려움에 여탑 서, 그들은 자기
들 자신의 책임을 기억하고 그들 자신의 길을 가라는 경고를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술 퍼마시고
@p 185
방종한 생활을 하다가, 그 다음에는 밑으로 기어들어 국가에 봉사하는 근엄한
신사가 된 것이다. 그렇다. 썩어 있었다. 우리 사는 것은 썩어 있었다. 그리고 세
상에는 이 대학생들의 멍청함보다 더 멍청하고 더 나쁜 수백 가지 다른 멍청함
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멀리 떨어진 내 숙소에 도착하여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 모든
생각은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나의 생각은 온통 이 하루가 준 큰 약속에 쏠려
있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데미안의 어머니를 볼 수도 있을 것이
다. 대학생들이 그들의 술집을 멀리하고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세계가 썩어 그
몰락을 기다리고 있든 나와 무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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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이란 말인가! 나는 오로지 기다리고 있었
다. 나의 운명 여탑 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오는 것을.
아침 늦게까지 깊이 잠을 잤다. 새로운 날은 소년 시절의 성탄절 잔치 이후
더는 겪어보지 모한 장엄한 축제일처럼 밝아왔다. 나는 속속들이 동요하고 있었
다. 그러나 불안은 전혀 없었다. 나에게 중요한 하루가 밝았다고 느꼈고 나를 에
워싼 세계가 변화했음을, 나와 깊은 관련을 갖고서 장엄하게 기다리고 있음을
보았고 느꼈다. 나직하게 내리는 가을비조차도 아름답고 고요하게 또 축일답게
엄숙하고도 즐거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으로 바깥 세계가 나의 내면
세계와 어울려 순수한 화음을 냈다. 그 다음은 영혼의 축제일이었다. 그 다음은
살아볼 만했다. 어떤 집도, 어떤 쇼윈도도, 골목의 어떤 얼굴도 나한데 거슬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분명 그래야 할 그대로였지만 일상
@p 186
적이고 익숙한 것의 공허한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자연이었으며 경건하게 운명을 맞을 채비가 되어 있었다. 어린 소년이었을 적
큰 축제일 아침에, 성탄절이나 부활절 아침에 세계를 그렇게 바라보았었다. 세상
이 아직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었다. 나는 내면을
향해 가는 삶을 살아가는 데 익숙했었다. 또한 바깥에 있는 것에 대한 감각은
내게서 상실되었다는 사실, 반짝이는 색채들의 상실은 유년의 상실과 불가피하
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 영혼의 자유로움과 남성다움을 어느 정도는 이 아름
다운 광채의 포기로 지불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감수하는 데도 익숙했었다. 이제
나는 매혹되어 인색했다. 그 모든 것이 다만 엎질러지고 어두워져 버렸다는 것
을, 그러나 유년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유로워진 사람에게도 세계가 빛을 뿜는
모습을 바라보고 어린이다운 시각의 내밀한 전율을 맛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을. 여탑 
막스 데미안과 지난밤 작별했었떤 교외의 그 정원을 내가 다시 찾아가는 시간
이 왔다. 비에 젖어 잿빛이 도는 키 큰 나무들 뒤로 작은 집이 환한 빛을 발하
며 아늑하게 숨겨져 있었다. 커다란 유리벽 뒤에는 키 큰 다년생 화초목들이, 말
갛게 닦인 창문 뒤에는 그림들과 서가가 달린 어두운 벽들이 있었다. 현관문은
따뜻하게 해놓은 작은 롤로 곧바로 이어졌다. 검은 옷에 흰 앞치마를 입은 말없
는 늙은 하녀가 나를 맞아들여 외투를 벗겨주었다.
그녀는 나를 홀에 혼자 남겨두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p 187
곧바로 나는 내 꿈 한가운데 있었다. 문 뒤, 위쪽 짙은 색 목재 벽에 걸린 검
정 유리 액자 속에 잘 아는 그림이. 지가을 뚫고 나오려고 몸을 솟구치고 있는
황금빛 매의 머리를 가진 나의 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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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있었다. 사로잡힌 듯 나는 멈추어 서
있었다. 마음이 무척 기브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마치 이순간에 내가 행하고
경험한 모든 것이 대답과 성취가 되어 내게로 되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번개같
이 빠르게 한 무리의 영상들이 나의 뇌리를 스쳐갔다. 대문 아치 위에 오래된
돌 문장이 있는 고향 부모님 댁, 그 문장을 그리던 소년 데미안, 나의 적 크로머
의 나쁜 마술에 얽혀들어 꼼짝못하며 두려움에 차 있는 소년인 나, 조용한 교실
책상에서 내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리는 청년인 나, 마음의 실 가닥들이 얽힌 그
물 속에 스스로 얽혀들 영혼, 그리고 이 순간까지의 모든 것, 또 모든 것이 나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나의 마음속에서 긍정되고, 대답되고, 시인되었다.
축축해진 눈으로 나는 나의 그림을 응시하며 내 마음을 읽었다. 그때 내 시선
이 아래로 향했다. 새 그림 아래 열린 문에 짙은 색 옷을 입은 키 큰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아들의 얼굴과 똑같이 시간과 나이가 없이
흔이 깃들인 의지로 충만한 얼굴로, 아름답고 기품있는 여성이 나를 향해 다정
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성취였다. 그 인사가 뜻하는 것은 귀향이
었다. 말없이 나는 그녀에게 두 손을 내밀었 여탑 다. 그 손
@p 188
을 그녀가 힘있고 따뜻한 두 손으로 마주 잡았다.
“싱클레어죠. 금방 알아봤어요. 어서 오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깊고 따뜻했다. 나는 감미로운 포도주처럼 그 목소리에 젖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눈을 들어 그녀의 고요한 얼굴을,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검은 눈을 들여다보았다. 신선하고 성숙한 입을, 자유롭고 당당한, 그 표적을 지
닌 이마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그녀에게 말하며 두 손에 키스하였다.“제
모든 생애는 늘 길 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어머니처럼 미소지었다.
“결코 집으로 아주 돌아오지는 못하지만”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친한 길
들이 서로 만나는 곳, 거기서는 온 세계가 잠깐 고향처럼 보이지요”
그녀가 말하는 것은 그녀에게로 오는 길에 느낀 것이었다. 그녀의 목소리, 또
그녀의 말은 아들과 매우 닮았으면서도 전혀 달랐다. 모든 것이 더 성숙하고, 더
따뜻하고, 더 자명했다. 그러나 막스가 예전에 그 누구에게도 소년의 인상을 주
지 않았던 것과 똑같이 그의 어머니는 전혀 장성한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보이
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라 주위로 감도는 숨결은 그토록 젊고 감미로
웠다. 그녀의 금빛 도는 피부는 그렇게 팽팽하고 주름이 없었다. 입은 그렇게 꽃
피고 있었다. 내 꿈속에서보다도 더 당당하게 그녀는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
곁에 있음은 사랑의 행복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성취였다.
@p 189 여탑 
이것은 내 운명이 나에게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준 새로운 영상이었다. 더 이
상 엄격하지 않고, 더 이상 고립시키지 않으며, 아니, 성숙하고 흔쾌하게 흥겹게
보여주었다! 나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맹세도 하지 않았다. 나는 목적에 도달
해 있었던 것이다. 높은 길이 난 곳에. 거

안마야 
안마야  

어라는 유령 작가가 독일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폰타네상의 수상자로 지명되었다(헤세는 이 상을 사양하였다). 그 사이 눈밝은
독문학자가 문체 분석을 통하여 「데미안」이 헤세의 작품이라고 밝혀내기도 했
다.
자아의 삶을 추구하는 한 젊음의 통과의례 기록인 이 책은〈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라는 모토를
@p 224
앞세운 짧은 철학적 성찰로 시작된다. 이 책에서 헤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며 누구나 나름으로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
는 소중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전언은 이 소중한, 단 한번뿐인 인간의
목숨이 총알 하나로 무더기로 소멸되는 전쟁의 충격 속에서 쓴 것이어서 더 더
욱 절실함이 배어있다.
〈나를 찾아가는 길〉의 인식의 첫 단계는 기존 규범으로부터의 떠남이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는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 여탑 에 있으며 낡은 규범들-아버지
집, 종교, 도덕-의 속박에 괴로워하면서도 그것들을 점검한다. 그 속박들은 유년
의 맑고 밝은 세계와 그를 나누며,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에서 투쟁하여 벗어나
야 할 것들이다. 이 돌파구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그는 더 나이들고 더 경
험 많은 데미안을 만난다. 저지르지도 않은 도둑질을 떠벌림으로써 혹독하게 시
달리던 싱클레어를 데미안이 도와준다. 독심술과 혜안의 신비로운 힘으로 악마
같이 괴롭히는 친구 크로머를 쫓아주는 것이다. 크로머라는 첫 시련에 이어 나
중에는 사춘기의 문제를 극복하게끔 도와주고,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새롭게, 다
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운명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라
고 가르쳐준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지내던 학창 시절, 정신적 지주에 대한 동경
이 그도로 고조되었을 무렵, 싱클레어는 책갈피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한다. 〈새
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
@p 225
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싱클레어는 이 압락사스를 찾아간다.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가 신성과
마성, 남성과 여성, 인성과 수성, 선과 악을 다 갖추고 있는 신비로운 신에 대하
여 이야기해 준다. 싱클레어가 그려내는 꿈의 영상, 문장에 그려진 그림,〈먼〉
연인 베아크리체, 구름의 모습 등이 압락사스의 모습을 가진다. 마침내 그는 데
미안과 그 어머니 에바 부인 속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목표에
도달한다. 그러면서도 또 도달하지 못한다. 어머니이자 애인인 영원의 여성, 에
바 부인(에바Eva는 영어의 이브이다)은 끌면서도 동시에 물리친다. 싱클레어의
눈에 그녀는 이따 여탑 금씩 더 깊이 자기 자신속에 이르려는〈자신의 내면의 상징〉
처럼 비친다. 점차 에바 부인 가운데서 현실과 상징이 결합된다. 끝은 거의 불협
화음적이다. 전쟁이 터진다. 뜨겁게 갈구하는 에바 부인이 아니라 뜨거운 총상이
싱클레어를 맞추어 그는 치명적 부상을 당한다. 그러나 전쟁은 또한 새로운 창
조의 위업을 완수한다. 야전병원에서 싱클레어는 다시 한번 데미안과 마주친다.
데미안의 입맞춤은 에바 부인의 입맞춤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도자들, 개혁자들
의 동맹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의 입맞춤이다.
데미안이 사라진 후 싱클레어는 말한다.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 거기서 나는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
인 그와.〉 이렇듯 데미안과 〈내〉가 거의 하나로
@p 226
합치된 마지막 문장에서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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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서부터 보면 앞으로 갈 길이 멀리 찬
란하게 언약의 땅을 마주 향하여 나 있었다. 가까운 행복의 나무 그늘이 드리워
지고, 가까운 갖가지 즐거움의 정원들에서 식혀진 길이었다. 어떻게 되어가든 나
는 행복했다. 세상에서 이 여성을 안다는 것이, 그 목소리에 젖어든다는 것이 그
녀 곁에서 숨쉰다는 것이. 그녀가 내게 어머니가 되든, 연인이 되든, 여신이 되
든 그녀가 거기 있기만 하다면!  여탑 나의 길이 그녀의 길에 가깝기만 하다면!
그녀는 나의 매 그림을 가리켰다.
“이 그림을 받았을 때만큼 우리 막스가 기뻐한 적은 없어요”그녀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나도 그렇구요. 우린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그리고 이 그림이 왔
을 때, 당신이 우리들에게로 오는 도중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당신이 어린 소
년이었을 때, 싱클레어, 그때 어느 날 내 아들이 학교에서 오더니 말했지요. 이
마에 표적을 지닌 소년이 하나 있어. 그애는 분명 내 친구가 될 거야,라고요. 그
것이 당신이었어요. 사는 게 쉽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우린 다신을 믿었답니다.
한번은 방학에 집에 왔을 때 다시 막스와 만났지요. 열여섯 살 때쯤이었을 겁니
다. 막스가 나한테 그 이야길 했어요”
@p 190
내가 중단시켰다.“오, 형이 그런 말을 해드리다니! 그때는 제가 가장 비참했
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요, 막스가 나한테 이러더군요. 지금 싱클레어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닥
쳐 있어요. 그애는 다시 한번 공동체속으로 도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심
지어 술집 단골이 되었어요.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그의 표적이 가려져
있지만, 그러나 그 표적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불태우고 있습니다,라구요. 그렇
지 않았나요?”
“오 그래요, 그랬어요, 꼭 그랬어요. 그 다음에 저는 베아트리체를 발견했고
그 다음에 마침내 다시 저를 제 자신에게로 이끄는 인도자가 왔지요. 그 이름은
피스토리우스예요. 그때야 저는 왜 저의 소년 시절이 그토록 막스 형과 결합되
었는지, 왜 제가 글부터 벗어날 수 없었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
아니 어머니, 전 당 여탑 시에 자주 생각했어요, 죽어야겠다고요. 그 길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어렵습니까?”
그녀가 바람처럼 가볍게 손으로 내 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
“그건 늘 어려워요, 태어나는 것은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
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
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힘들었어요”내가 잠꼬대처럼 말했다.“힘들었어요. 꿈이 올 때까지는
요”
@p 191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꿰뚫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요 해요. 그러면 길을 쉬어지지요. 그러나 영원
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
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몹시 놀랐다. 놀람이 벌써 하나의 경고였을까? 방어였울까? 그러나 경고
든 방어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의  여탑 인도를 받으며 목적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용의가 있었다.
“모르겠습니다”내가 말했다.“얼마나 오래 제 꿈이 지속될는지. 이것이 영원
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새 그림 아래서 제 운명이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어머
지처럼, 그리고 연인처럼요. 제 주인을 운명입니다. 달리는 그 누구도 아닙니다

“그 꿈이 당신의 운명인 한, 당신을 그 꿈에 변함없이 충실해야겠지요”그녀
가 진지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한 가닥 슬픔이 나를 사로 잡았다. 이 마력으로 불러온 듯한 시간에 죽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눈물이-얼마나 오래 나는 울지 않았던가!-걷잡을 수 없이
안에서 솟구쳐 나를 압도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격하게 나는 그녀로부터 몸을
돌려 창가로 가서, 흐려진 눈으로 화분의 꽃들 너머를 바라보았다.
등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술이 넘치도록 채
워진 잔처럼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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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
@p 192
하고 있는데요. 언젠가 그것은 완전히 당신 것이 될 겁니다. 당신이 꿈꾼 대로
요. 당신이 변합없이 충실하면요“
나는 자제를 하고 얼굴을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난 친구가 몇 명 있어요”그녀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몇 안 되는 아주 가
까운 친구들이죠. 그들은 나한테 에바 부인이라고 그래요. 당신도 나를 그렇게
불러요, 원한다면요”
그녀가 나를 문까지 데려다주고, 문을 열며 정원을 가리켰다.“저기 바깥에서
막스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큰 나무들 아래 나는 마비되고 온통 뒤흔들린 채 서 있었다. 일찍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깨어 있었는지 아니면 더 꿈꾸고 있었는지, 그건 알 수 없었다. 나뭇
가지들에서 빗방울이 가볍게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정원 안으로 들어섰
다. 정원은 강 기슭을 따라 멀리 여탑  이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데미안을 찾아냈다.
그는 문이 열린 작은 정자에 웃통을 벗은 채로 서서, 걸려 있는 샌드백을 상대
로 권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놀라서 나는 멈추었다. 데미안은 화사해 보였다. 넓은 가슴, 단단하고 남자다
운 머리통, 근육이 팽팽한, 처든 두팔은 탄탄하고 실팍했다. 허리, 어깨, 팔 관절
이 마치 좔좔 솟는 샘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데미안!”내가 불렀다.“거기서 뭐 해?”
그가 즐겁게 웃었다.
“연습을 하는 거야. 그 작은 일본 사람하고 격투를 한판 벌이기로 했거든. 그
자는 고양이처럼 날쌔고 꼭 그만큼 꾀도 있지. 그러나 나를 해치우지는 못할걸.
나는 그에게 갚아야 할 아주 작은 굴욕이 있어”
그는 셔츠와 저고리를 걸쳤다.
“벌써 우리 어머닐 만나고 왔니?”그가 물었다.
“그래. 데미안, 어쩌면 그렇게 근사한 어머니가 있지! 에바 부인이시라지! 이
름이 완벽하게 어울리시더라. 모든 본질의 어머니 같으셔”
그가 한순간 생각에 잠겨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이름을 벌써 아는구나? 이봐, 넌 자랑스러워해도 되겠다. 어머니가 처음
만나 벌써 그 이름을 말해 준 건 네가 처음이야”
그 날부터 나는 아들이자 형제처럼, 또한 연인처럼 그집을 드나들었다. 등뒤로
그 집 문을 닫고 들어설 때면, 멀리서 정원의 큰 나무들이 나타나는 것이 보이
기만 해도, 나는 벌써 풍요롭고 행복했다. 바깥에는 (현실)이 있었다. 바깥에는
거리와 집들, 사람과 시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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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과 강의실들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 안에는
사랑과 영혼이 있었다. 여기에는 동화가 , 꿈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차단되어 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생각과 대화
가운데서 자주 그 세계 한가운데에서 살았다. 다만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과 어
떤 경계선에 의하여 갈라져 다른 벌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다르게 바라
봄에 의하여 갈라져 있었다. 우리의 과제는 세계 안에서 하나의 섬을 제시하는
것, 어쩌면 하나의 모범을, 아무튼
@p 194
살아가는 다른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내가, 오래 고립되어 있던 사람인
내가, 완전한 혼자임을 맛보고 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체를 알게 되었
다. 다시는 행복한 사람들의 연회를, 즐거운 사람들의 축제를 갈망하지 않을 것
이다. 결코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연대를 보고 시샘이나 향수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나는 (그 표적)을 지닌 사람들의 비밀을 전수받았다.
표적을 가진 우리들은, 세상의 눈에는 이상한 사람들, 위험한 광인들로 비칠지
도 몰랐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깨어난 사람들,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은 점점 더 완벽한 깨어 있음을 지향했
다. 반면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행복 추구는, 그들의 의견, 그들의 이상과 의무
들, 그들의 삶과 행복을 점점 더 긴밀하게 패거리에 묶는 것이었다. 그곳에도 노
력은 있었다. 그곳에도 힘과 위대함은 있었다.  여탑 그러나 우리들 견해로는 우리 표
적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 개별화된 것 그리고 매래의 것을 향한 자연의
뜻을 제시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고수의 의지 속에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인류가, 그들고 우리처럼 사랑하는 인류가 무언가 완성된 것, 보존되고 지켜져야
만 하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들에게는 인류가 하나의 먼 미래, 우리들 모두가 그
것을 향해 가는 도중에 있고, 그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그 법칙은 그 어디에도
씌어 있지 않은 미래였다.
에바 부인, 막스 그리고 우리 말고도 우리 모임에는, 다소 멀들 가깝든 간에,
매우 다양한 종류의 구도자들이 있
@p 195
었다. 그들 중 더러는 특별한 오솔길을 걸어갔다. 뚝 떨어진 목표를 세워놓고
특별한 의견과 의무들에 매달렸는데, 그들 가운데는 천문학자와 카발라 연구가
들도 있었고 톨스토이 추종자도 한 사람 있었으며 온갖 종류의 다정하고, 수줍
어하며 상처입을 수 있는 사람들, 새로운 소수 종파의 추종자, 요가 장려자, 채
식주의자 등등이 있었다. 이런 모든 사람들과 우리는, 누구든 다른 사람의 비밀
스러운 꿈을 존중한다는 것 외에는 사실 아무런 정신적인 공유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좀더 가까웠는데, 과거의 신들이며 새로운 최고의 이상에
대한 인류의 추구를 추적하고 있어서, 그들의 연구는 자주 피스토리우스를 상기
시켜 주었다. 그들은 책을 가져왔고, 고대어로 씌어진 글을 우리들에게 번역해
주었으며, 옛 상징등과 의식들의 도면을 보여주고, 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상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인류가 가졌던 소유 전체가, 꿈들로, 그 가운데서 인류
가 더듬으면서 미래의 가능성의 예감을 따라갔던 꿈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그들은 가르쳐 주었다 여탑 . 기독교에의 귀의라는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경
이로운, 머리가 수천 개인 고대 세계의 신들의 엉킨 덩어리를 그렇게 우리는 훑
어보았다.
고독하고 경건한 사람들의

펀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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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달리기
부산달리기 
오피뷰  

신앙 고백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었다. 민족에서
민족으로 이어지는 종교의 변전도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모은 모든 것에서는
우리들 시대와 지금의 유럽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유럽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
여 인류의 막강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냈으나 마침내
@p 196
는 깊은, 결국 통탄할 정신의 황폐하에 빠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유럽은 온
세계를 획득했는데, 그러느라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에도 특정한 희망과 구원의 교리를 믿는 신도와 신봉자들이 있었다. 유럽
을 개종시키려는 불교도들이 있었고 톨스토이 추종자들이 있었으며 다른 신앙도
있었다. 작은 모임 안에서 우리는 귀기울 여탑 여 들었고 이 교리 중의 그 어느 것도
다만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미래에 어떤 모습을 줄 것인가에 대한 근심은 우리
표적을 지닌 사람들의 책임이 아니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어는 종교든지, 어느
구원론이든지 애처부터 죽어 있고 무익했다. 우리가 의무이자 운명이라고 느끼
는 것은 오로지 이런 것이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것이 가져올 어느 것에나 우
리가 준비되어 이음을 발견할 만끔 우리들 누구들 그토록 완전희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속에서 작요하는 자연의 싹의 요구에 그토록 완전히 따르며 기꺼이
살리라는 것.
왜냐하면 이것이, 하나의 신생이 그리고 지금 것의 와해가 가까웠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말했든 안 했든, 우리들 모두의 감정 속에서 분명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나에게 이따금씨 말했다.“지금 오고 있는 것은, 생각할 수
도 없는 무엇이야. 유럽의 영혼은 무한히 오래 묶여 있던 짐승이야. 자유로워지
면 그의 첫 활동은 그다지 사랑스러운 것은 아닐 거야. 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거듭거듭 없는 것처럼 거짓말하고 마비시켜 놓은 영혼의 진정한 곤궁이 드러나
기만 하면 어느 길로 가든 어느 우회로로
@p 197
가든 그건 아무래도 괜찮아. 그때면 우리들의 날이 되는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를 필요로 해. 인도자나 새

오피뷰 
오피매니아  

입법자로서가 아니라-새로운 법은 우리는
살아 겪지 못하겠다-오히 여탑 려 뜻있는 자로, 함께 가고, 운명이 부르는 곳에 서 있
을 용의가 되어 었는 사람들로 말이야. 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이 위협당
할 경우, 믿을 수 없는 일도 할 용의가 있어. 그러나 새로운 이상, 새로운 움직
임, 어쩌면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발전의 움직임이 와서 문두드릴 때는 아무도
거기 없어. 그때 거기 있다가 함께 갈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우리들일 거야. 그
러라고 우리에게는 표적이 찍혀 있어. 무서움과 증오를 일으켜 당시의 인류를
그 옹색한 목가로부터 끌어내 위험하게 넓은 곳으로 몰아가도록 카인에게 표적
이 찍혀 있었던 것처럼 말이야. 인류가 가는 길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그들에게 닥친 운명을 맏아들일 자세였기 때문에, 오로지 그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었어. 그것은 모세와 부처에게 적용
되고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에게도 적용되지. 어는 조류에 봉사하느냐, 어느 극
의 다스림을 받느냐, 그것은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만약 비스마르
크가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에 대비하고 있었더라면, 그는 현명한
신사는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운명의 인간은 되지 못했을 거야. 나폴레옹이 그
랬고, 시저가 그랬고, 로욜라가 그랬어. 다들 그랬어! 그것을 늘 생물학적으로 발
적사적으로 생각해야 돼! 지표  여탑 위에서 일어난 지각 변동이 물에 살던 동물을 뭍
@p 198
으로, 뭍에 살던 동물을 물로 던져넣었을 때, 그때 운명에 준비된 예들이 있었
지.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것을 완수하고 새롭게 적응하며 자신의 종을 구해
낼 수 있었던 예들이 말이야. 누가 전에 그들의 종 안에서 보수주의자, 현상 유
지자들이었는지, 혹은 괴짜며 혁명가였는지, 우리는 지금 몰라, 다만 그들은 준
비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 모든 것 너머로 그들의 종을 건져 새로운 발전 속
으로 구해 낼 수 있었어. 그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되
어 있으려는 거야“
그런 대화들을 나눌 때 에바 부인이 자주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우리
들 누구에게나 신뢰와 이해심이 가득한 경청자였다. 이런저런 생각은 메아리였
다. 모두 그녀에게서 나와서 그녀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 가까이
에 앉아서 이따금씩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성숙과 영혼의
분위기에 젖어본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나의 마음속에 그 어떤 변화가, 흐려짐이나 새로워짐이 진행되고 있으면 그녀
는 즉시 그걸 느꼈다. 내가 자면서 꾸었던

오피매니아 
오피천사 
오피천사 
빠글원정대  여탑 
빠글원정대 
공사닷컴 
공사닷컴 
나비야  

꿈들은 마치 그녀가 불어넣어준 영감
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자주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꿈들은 그녀
에게는 이해되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녀가 그 맑은 느낌으로 쫓아갈
수 없는 특별한 것이라고는 없었다. 한동안 나는, 우리들이 낮에 나누었던 대화
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꿈들을 꾸었다. 온 세계가 뒤
@p 199
흔들리는 꿈을, 나혼자 혹은 데미안과 함께 긴장하여 위대한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꿈을 꾸었다. 운명은 여전히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왠지 에바 부인의 표
정을 지니고 있었다.-그녀로부터 선택당했든, 그것은 운명이었다.
더러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당신의 꿈은 완전치 않아요, 싱클
레어, 최상의 것을 잊어버렸어요”그리하여, 그 다음에 다시 그 생각이 떠오르
고,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때때로 나는 만족하지 못했고 욕망에 시달렸다. 그녀를 포옹하지 않고 곁에서
바라보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여탑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은 며칠 그 집엘 가지
않다가 그 다음에 마음이 산란한 채 다시 가니, 그녀가 나를 한켠으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당신이 믿지 않는 소망들에 몰두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나는 알아요. 그런 소망들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완전
히 올바르게 소망하든지요. 한번 당신 자신의 마음속에서 성취를 확신하도록 그
렇게 소망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성취도는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소망
하고, 다시 후회하고 그러면서 두렵지요. 그 모든 것은 극복되어야만 합니다. 동
화 하나를 들려드리지요”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별과 사랑에 빠진 어떤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
다. 그 청년은 바닷가에 서서, 두 손을 뻗고 별에게 기도했고, 별에 대해 꿈구고,
그의 생각을 별에게로 기울였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혹은 안다고 생
@p 200
각했다. 별은 인간의 포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성취에 대한 희망도
없이 별을 사랑하는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는 이 생각에서
포기와 말없는, 변함없는 고통, 자신을 개선시키고 정화시킬 고통에 관한 삶 전
체를 다룬 시를 지었다. 그의 꿈들은 그러나 모두 별에게로 쏠렸다. 한번은 그가
다시 밤에 바닷가 높은 절벽에 서서 별을 쳐다보며 별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런데 극도로 커진 그리움의 한순간 그는 별을 향하여 펄쩍 뛰어 허공
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뛰어드는 순간 번개같이 떠뜩 그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결국 그는 으스러진 채 바닷가에 떨어지고
말았다. 사랑한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만양 뛰어드는 순간에 성취를
굳건하게 확실하게 하 여탑 는 연혼의 힘을 가졌더라면, 그는 위로 날아올라 별과 하
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해요”그녀가 말했다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히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
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
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
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그러나 다음번에 그녀는 다른 동화를 들려주었다. 희망없이 사랑하는 연인이
하나 있었다. 그는 완전히 그 자신의 영혼 속으로 되돌아가 사랑에 다 타버리고
있다고 생각
@p 201
했다. 그에게는 세상이 없어져 버렸다

나비야 
건마라이프
건마라이프
건마매니아
건마매니아 


했다. 그에게는 세상이 없어져 버렸다. 그는 푸른 하늘도 초록 숲도 더는 보지
않았다. 개울물도 그 여탑 에게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하프도 그에게는 울리지 않았
다. 모든 것이 가라않았으며 그는 가엾고 비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커갔다.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여인을 소유하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어 썩어버렸
으면 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사랑이 그의 마음속의 다른 모든 것을 불태워 버
렸음을 감지했다. 사랑은 힘차게 되어 당기고 당겼으며 그 아름다운 여인은 따
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왔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서 그녀를 자기에
게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녀가 그 앞에 서자,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
었다. 자기가 잃어버린 모든 세계를 자기에게로 끌어당겨 놓았음을 그는 전율하
며 느꼈고 보았다. 그녀가 그 앞에 서서 그에게 자신을 헌신했다. 하늘 과 숲 그
리고 개울, 모든것이 새로운 색깔로 신선하고 찬란하게 그를 마주해 오고 있었
다. 그의 것이었고 그의 언어로 말했다. 그리고 그저 여자 하나를 얻는 대신 그
는 마음속에 온 세계를 소유했다. 하늘의 별 하나하나가 그의 안에서 불타고 그
의 영혼을 통해 기쁨의 빛을 뿜어냈다. 그는 사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 버린다.
에바 부인에 대한 내 사랑이 내 삶의 단 하나의 내용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녀는 날마다 다르게 보였다. 더러 나는, 나의 본질이 이끌려 지향해 가는 것이
그녀라는 인물이 아니고 그녀는 다만 내 자신의 내면의 한 상징이며 나
@p 202
를 다만 더 깊게 내 자신 속에 인도하려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다고 생각
했다. 나는 나를 뒤흔드는 화급한 물음들에 대한 나의 무의식의 대답처럼 들리
는 말을 자주 그녀로부터 들었다. 그 다음에는  여탑 다시, 내가 그녀 곁에서 관능적
욕구로 불타며 그녀가 닿았던 물건들에 입맞추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점차
관능적이며 비관능적인 사랑이, 현실과 상징이 서로 포개지며 밀려왔다. 그 다음
에는 내가 내 방에서 고요히 열렬하게 그녀를 생각하면, 그럴 때 그녀의 손이
나의 손에,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혹은
내가 그녀 집에서 그녀 얼굴을 보고, 그녀와 말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
면서도, 그녀가 정말로 거기 있는지, 꿈은 아닌지 잘 분별할 수 없기도 했다. 어
떻게 하나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불멸로 소유할 수 있는지를 나는 예감하기 시작
했다. 나는 어느 책을 읽다가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에바 부인의
입맞춤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나에게 그녀의 성숙하
고 향내나는 온기를 미소로 보내주었을 때, 나는 마치 내가 내 자신 안에서 한
걸음 진보를 이루어내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을 가졌다. 나에게는 운명이자 중요
한 모든 것이 그녀의 모습을 가졌다. 그녀의 모습이 내 생각 하나하나 속으로
녹아들고, 내 생각 하나하나가 그녀 속으로 들어갔다.
부모님 댁에서 지낸 성탄절 휴가 때, 나는 두려웠다. 두 주일이나 에바 부인으
로부터 떨어져 살야야 하는 것은 고통일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p 203
큰 고통이 아니었다. 집에 있으면서 그녀를 생각하는 것은 근사했다. H시로
되돌아오고 나서도 나 여탑 는 이틀 동안 그녀의 집에 가지 않았다. 이 안정과 그녀의
감각적 현존으로 부터의 독립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또한 나는 그녀와 나의 결
합이 새로운, 비유적 방식으로 완수되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바다였고, 그 안으
로 나는 흘러들고 있었다. 그녀가 별이었고, 나 자신도 별 하나로 그녀에게로 가
는 도중에 있었는데, 우리는 서로 만났고 우리가 서로를 끌어당겼음을 느꼈다.
함께 머물렀고 희열에 차 영원히, 소리 울리는, 가까운 원을 서로 에워싸며 돌았
다.

레드킹  
레드킹 
즐탕 야밤카페 마이사수   

갔을 때 이 꿈을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 꿈 아름다운데요”그녀가 조용히 말했다.“그 꿈을 실현시키세요”
이른 봄날,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있었다. 나는 홀로 들어섰다. 창문이 열
려 있었고 미풍의 물결이 히아신스의 짙은 향기를 온 방 안에 퍼뜨리고 있었다.
아무도 보이질 않아 나는 계단을 올라 막스 데미안의 서재로 들어갔다. 늘 익숙
했던 대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다.
방은 어두웠다. 커튼이 모두 쳐져 있었다. 막스가 화학 실험실을 설비해 놓은
작은 곁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거기서부터 봄 태양의 환한 흰 빛이
비구름을 뚫고 빛났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커튼을 젖혔다.
거기 작은 걸상, 커튼 쳐진 창 가까이에 여탑  막스 데미안이
@p 204
기이하게 변해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번개처럼 한 가지 생각이 나를 스치
고 갔다. 이미 한번 본 모습이다! 그는 두 팔을 꼼짝도 않고 늘어뜨리고 있었다.
두 손은 무릎에, 약간 앞으로 숙인 채 두 둔을 뜬 얼굴은 시선이 없었고 죽어
있었다. 동공 속에서는 마치 한 조각 유리에서처럼 번들거리는 작은 빛이 반사
되어 번쩍였다. 창백한 얼굴은 스스로에 침잠하였는데, 엄청난 응결 말고는 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 얼굴은 마치 사원 현관에 있는 태곳적 동물의 가면처럼 보였
다.
기억이 나를 전율케 앴다. 저렇게, 꼭 저렇게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여러 해
전, 내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벌써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저렇게 두 눈은
내면을 향하여 응결되어 있었다. 그때도 저렇게 수 손은 생명 없이 나란히 가지
런히 놓여 있었다. 파리 한 마리가 그의 얼굴 위를 기어갔었다. 또 당시에도, 어
쩌면 여섯 해쯤 전에, 바로 저렇게 늙고 저렇게 시간을 초월한 듯 보였었다. 얼
굴의 주름 하나도 오늘과 다르지 않았다.
두려움이 엄습해서 나는 가만히 방을 나와 층계를 내려왔다. 홀에서 에바 부
인을 만났다. 그 여탑 녀는 창백했고 지쳐보였다. 그녀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그림자 하나가 창문을 스쳐갔다. 눈부신 흰 태양이 갑자기 사라졌다.
「막스 형한테 갔었어요」내가 얼른 낮은 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요? 형은 자고 있어요. 아니면 침잠해 있고요. 잘 모르겠어요, 전에도 벌써 한번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p 205
「그 앨 깨우진 않았죠?」그녀가 급하게 물었다.
「네. 제 소릴 듣지 못했어요. 저는 얼른 다시 나왔구요. 에바 부인, 말해 주세
요. 형이 왜 그렇지요?」
「침착해요, 싱클레어. 그애한테 아무 일도 일어난 게 아니에요. 돌아가 있는
거랍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일어나 비가 오는데도 정원으로 나갔다. 함께 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홀 안에서 왔다갔다했다. 히아신스의 마비시키는 향내를 맡았다. 문
위에 있는 나의 새 그림을 응시했고 마음 조이며, 그 날 아침 이 집을 채우고
있던 기이한 그림자를 호흡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에바 부인은 곧 돌아왔다. 빗방울이 그녀의 짙은 색 머리카락에 방울방울 맺
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안락의자에 앉았다. 피로가 그녀의 온 몸을 뒤덮고 있
었다. 나는 그녀 곁으로 다가서 그녀 위로 몸을 숙이고 그녀 머리카락에 매달린
물방울들을 입맞추어 떼어냈

밤통 달밤 오피24
유흥몬스터 밤기 역밤 아래향 

그녀의 두 눈은 환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물방울
들이 내게는 눈물 같은 맛이 났다. 여탑 
「형을 살펴보고 올까요?」내가 나직이 물었다.
그녀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어린아이처럼 굴지 말아요, 싱클레어!」자신 안에서 어떤 마력을 깨뜨리기
위해서인 듯 그녀가 강하게 경고했다. 「지금은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세요. 지
금은 같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네요」
나는 떠났고 집을 나와 도시를 지나 산으로 빨리 걸어갔
@p 206
다. 비스듬히 내리는 성긴 비가 나를 향해 떨어졌다. 구름은 낮게 무거운 압력을
받으며 불안에 싸인 듯 흘러 지나갔다. 아래쪽에서는 거의 바람이 불지 않았는
데, 높은 곳에서는 폭풍이 부는 것 같았다. 이따금 잠깐씩 금속빛 어두운 구름장
에서 햇살이 창백하면서도 눈부시게 비쳐 나왔다.
그때 하늘 너머로 노란 빛 엷은 구름 한 조각이 떠왔다. 그 구름은 잿빛 벽에
막혀 더 가지 못하고 멈추어 있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노란 빛과 푸른 빛에서
형상 하나를 만들었다. 거대한 새의 모습이었다. 그 새는 푸른 혼돈을 찢어 떨치
고 큰 날갯짓으로 하늘 속으로 날아서 사라졌다. 그러더니 다시 폭풍우 소리가
들렸고, 비가 우박에 섞여 요란하게 타다닥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소리를 내는 짤ㅁ은 천둥 번개가 채찍질 당한 풍경 위에서
와지끈 부서졌다. 그 후 곧바로 다시 한줄기 밝은 빛이 뚫고 비쳤고, 갈색 숲 너
머 가까운 산들위에는 파리하고 비현실적으로 창백한 눈이 빛나고 있었다.
몇 시간 뒤 젖고 창백해져서 돌아오니 데미안이 직접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나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실험실에서는 가스 불꼬ㅎ이 타고
있었고, 종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앉자」그가 여탑  권했다. 「피곤하겠는데, 형편없는 날씨군. 바깥에 한참 있었나
본데. 곧 차를 가져올 거야」
「오늘 뭔가가 시작되었어」내가 망설이며 말했다. 「이런
@p 207
건 단순한 천둥번개일 수 없어」
그가 나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무얼 보았지?」
「응. 구름 속에서 한순간 분명하게 형상 하나를 보았어」
「무슨 형상?」
「새였어」
「매? 그것이었지? 네 꿈의 새였지?」
「맞아, 그건 내 매였어. 노란색이고 거대했는데 검푸른 하늘 속으로 날아갔어

데미안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노크 소리가 났다. 늙은 하녀가 차를 가져왔다.
「들어봐, 싱클레어. 네가 그 새를 우연히 본 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연히? 그런 것들을 우연히 볼 수 있어?」
「좋아, 아니지. 무언가 뜻이 있지. 무엇인지 알겠니?」
「아니. 그 뜻이 어떤 충격이라는 것, 운명 속의 한 걸음이라는 것만은 느끼겠
어. 우리들 모두가 문제되고 있는 것 같아」
그는 격하게 이리저리 오갔다.
「운명 속의 한 발자국이라고!」그가 크게 외쳤다. 「똑같은 것을 나는 지난밤
에 꿈꾸었어. 우리 어머니는 어제 예감을 느끼셨구. 그것도 같은 의미였어. 내가
꾼 꿈은, 나무 등걸에나 탑에 놓인 어 여탑 떤 사다리를 올라 위에 올라가니 온 나라
가 보였어. 그것은 커다란 평지였는데 도시들과 마을들이 있는 온 나라가 불타
고 있는 거야. 나는 아직 다
@p 208
이야기해 주지는 못하겠어. 아직

밤대닷컴 
밤대닷컴
야걸
야걸 
밤거래소 
여우알바  

내게도 분명하지는 않거든」
「그 꿈을 자신과 관련시켜 해석해?」내가 물었다.
「자신과 관련시키겠느냐구? 물론이지. 아무도 자기하고 관계 없는 꿈을 꾸지
는 않아. 그러나 나만 관계되는 것도 아냐. 그 점에서 네가 옳아. 난 꽤 정확하
게 꿈들을 구분하지. 내 자신의 영혼 속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꿈들과, 다른 꿈
들, 매우 드물지만 온 인류의 운명이 그 가운데서 암시되는 꿈들을 말이야. 나중
의 꿈들은 매우 드물게 꾸고, 그건 예언이었으며 성취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꿈은 한번도 꾸지 않았어. 풀이는 너무도 불확실하지. 그러나 그걸 분명하게 알
고 있어. 나는 나 혼자만 관련된 게 아닌 무엇인가를 꿈꾸었어. 그 꿈은 전에 꾼
꿈의 속편이었는 여탑 데 예전의 꿈이 계속되는 것이었어. 이 꿈이었어, 싱클레어. 거
기서 내가 이미 말한 예감을 느꼈던 것은. 우리의 셰계는 정말 썩어 있어. 우린
알지. 그렇지만 그건 몰락이나 그 비슷한 것을 예언할 이유는 못될 거야. 그러나
몇 년째 꿈들을 꾸었는데, 거기서 추론하는 것은 혹은 느끼는 것은, 혹은 무엇이
든 간에 거기서 내가 느끼는 것은 낡은 한 세계의 와해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는 것이야. 처음에는 아주 약하고 멀리 떨어진 예감이었어. 그러나 점점 더 분명
하고 강해졌어. 아직 내가 아는 건, 나 자신에게도 함께 관련된 무엇인가 큰 것,
무서운 것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는 것뿐이야. 싱클레어, 우리는, 우리가 이
따금씩 이야기했던 것을 겪게 될 거야! 세계가 새로워지려 하고 있어. 죽음의 냄
새가 나.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죽음 없이 오진 않아. 내
@p 209
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충격적이야」
놀라서 나는 그를 응시했다.
「형의 꿈의 나머지를 이야기해 줄 수 없겠어?」나는 수줍게 청했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못하겠어」
문이 열리고 에바 부인이 들어왔다.
「여기 함께 있구나! 얘들아, 너희 슬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산뜻하고, 이제는 전혀 더 이상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이 그녀
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어머니가 겁먹 여탑 은 아이들에게로 가듯 그녀는 우리들에게
로 왔다.
「슬프지는 않은데요, 어머니. 저희는 다만 이 새로운 표적의 수수께끼를 약간
풀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거긴 아무것도 없네요. 오려고 하는 것은 갑자기 와
있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알 필요 있는 것은 겪게 되겠지요」
나는 기분이 언짢았다. 작별을 하고 혼자 홀을 지나가는데, 히아신스 향기가
시들고, 맥빠지고 시체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림자 하나가 우리들 위에 드리워
졌던 것이다.
@p210
종말의 시작
여름 학기도 H시에 머물 수 있게 해놓았다. 집에 있는 대신, 우리는 이제 거
의 언제나 강가의 정원에 있었다. 격투에서 보기좋게 진 일본인은 떠났고, 톨스
토이 추종자도 없었다. 데미안은 날이

여우알바  
비상용
선팔 
선팔 맞
선팔 맞팔
선팔맞팔 

면 날마다 끈 여탑 질기게 말을 타고 돌아다녔다.
나는 자주 그의 어머니와 단 둘이 있었다.
이따금씩 내 삶의 평화로움에 놀라곤 했다. 나는 워낙 오래 홀로였고, 포기를
연습하고, 내 자신의 고통으로 힘들게 허우적거리는 데 익숙했던 터라 H시에서
의 이 몇 달은 꿈의 섬처럼 느껴졌다. 거기서 나는 요술에 걸린 듯 편안하게 오
직 아름답고, 유쾌한 일과 생각들 속에서 살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구상하는
보다 높은 새로운 공동체의 전조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나는 넘치는 만족

@p 211
쾌적함 속에서 숨쉬도록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고통과 쫓김이 필요했다. 언젠
가 이 아름다운 사랑의 영상 안에서 깨어나 오로지 고독과 싸움뿐인, 평화난 공
존이란 없는 타인들의 차가운 세계속에서 홀로, 온전히 홀로 다시 서게 되리라
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운명이 아직도 이 아름답고 고요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데
기뻐하며 갑절의 다정함으로 에바 부인에게 바짝 다가갔다.
여름 몇 주일은 빠르고도 쉽게 흘러갔다. 여름 학기가 벌써 끝나가고 있었다.
이별이 곧 닥칠 것이다. 나는 그걸 생각해서는 안되었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
비가 꿀 많은 꽃에 매달려 있듯 나는 아름다운 나날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나의 행복한 시절이었다. 내 인생의 첫 성취였으며 동맹에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나는 어쩌면 다시 싸워나가리라, 그리움으로 괴로우
리라, 꿈을 꾸리라, 혼자이리라.
이 나날 중의 하루 이런 예감이 너무도 강렬하게 엄습하여, 에바 부인에 대한
나의 사랑이 갑자기 고통 여탑 스럽도록 활활 타올랐다. 맙소사, 이제 곧 나는 그녀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안정되고 다정한 발걸음이 집 안을 거니는
소리를 다시는 듣지 못할 거이며 내 책상 위에는 그녀의 꽃이 더 이상 없으리
라. 그런데 내가 무엇에 도달했던가? 나는 꿈꾸었고 행복에 잠겨 흔들렸다. 그녀
를 획득하는 대신, 그녀를 얻기 위해 싸우는 대신, 그녀를 영원히 내게로 단숨에
끌어오는 대신! 그녀가 일찍이 진정한
@p 212
사랑에 대하여 내게 말했던 모든 것이 떠올랐다. 그 많은 다정하면서도, 경고하
는 말들, 그 많은 나직한 유혹들, 어쩌면 약속들이. 그걸로 내가 무얼 이루었는
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이룬 것은 없었다!
내 방 한가운데 서서, 내 모든 의식을 모아 에바 부인을 생각했다. 내 영혼의
힘들을 한데 모으려 하였다. 내 사랑이 느껴지도록, 그녀를 내게로 끌어오도록.
그녀가 와서 나의 포옹을 열망해야 했다. 나의 입맞춤이 그녀의 성숙한 사랑의
입술을 끝없이 헤쳐야만 했다.
나는 서서, 손가락과 발에서부터 싸늘해져 올 때까지 긴장했다. 내게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내 속의 그 무엇인가가 단단하고도 긴밀하게 한
데 모였다, 무엇인가 밝고도 환한 것이. 나는 잠시 심장에 수정 한덩이를 지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자아라는 것을 알았다. 냉기가 가슴
까지 차올랐다.
무서운 긴장에서 깨어났을 때, 무엇인가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죽도
록 탈진이 되어 있었으나 에바 부인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불타오르며 여탑  황홀하게.
그때 따가닥따가닥 말달리는 소리가 긴 길에서 망치 치듯 다가왔고, 가깝고
거세게 우릴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나

비상용
오피
오피 
오피  

사랑은 이미 지구가 보았던 형상들에 매여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것은 새롭고도 달라야 한다는 것, 새 땅에서 솟아야지 수집되거나 도서관에서
길어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의 직분은 어쩌면, 나에게 해주었듯이, 인간
이 그 자신에게로 이르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그들에게 들어보지 못한 전대미
문의 것, 새로운 신들을 제시하는 것, 그것은 그의 직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서 갑자기 예리한 불꽃 같은 인식이 나를 불태웠다. 누구에게나
하나의 <직분>이 있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자의로 택하고 고쳐 쓰고 그리고
마음대로 주재해도되는 직분은 아니라는 것. 새로운 신들을 원한다는 것은 틀렸
다. 세계에다 그 무엇인 여탑 가를 주겠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각성된 인
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그 생각이 내마음을 기ㅌ이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는 이 체험에서 얻은 열매였다. 나는 자주 미래의 영상들을 가지고
유희했었다. 어쩌면 시인으로 혹은 예언자로, 혹은 화가로 혹은 어떻게든 나를
위하여 예비되었을 역할들을 꿈꾸곤 했었다. 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시를 짓기
@p 172
위하여, 설교하기 위하여, 그림 그리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또
다른 그 어떤 인간이 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건 다만 부수적
으로 생성된 것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시인으로 혹은 광인으로, 예언가로 혹은 범죄자로
끝장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관심 가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 건 궁극적으로 중요
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의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 여탑 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반쪽의 얼치기였다. 시도를 벗어남이고,
패거리의 이상으로의 재도피이고, 무비판적 적응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
이었다. 새로운 영상이 무섭고도 성스럽게 누앞에서 솟았다. 수백번 예감했고 어
쩌면 자주 입 밖에 내었지만 이제 비로소 체험한 것이었다. 나는 자연이 던진
돌이었다. 불확실함 속으로, 어쩌면 새로운 것에로, 어쩌면 무에로 던져졌다. 그
리고 측량할 길 없는 깊은 곳으로부터의 이 던져짐이 남김없이 이루어지게 하
고, 그 뜻을 마음속에서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나의 직분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이미 많은 고독을 나는 맛보았다. 이제 예감했다. 더 깊은 고독이 있으며 그
고독은 벗어날 수 없는 것임을.
피스토리우스와 화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변함없이 친구였다. 그러나 관
계가 달라졌다. 다만 단 한번 우리는

오피
건마 
건마 
건마 

창가로 뛰어갔다. 밑에서 데미안이 말에
서 내리고 있었다. 달려 내려갔 여탑 다.
「무슨 일이지, 데미안?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p 213
그는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몹시 창백했으며 땀이 그의 이마 양쪽으로
해서 뺨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열로 달아오른 말의 고삐를 정원 울타리에다
매고는 내 팔을 끼고 나와 함께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벌써 소식 들었니?」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데미안은 내 팔을 누르며 어둡고 연민에 찬, 특별한 눈길로 나에게 얼굴을 돌
렸다.
「그래, 이봐, 이제 시작된 거야.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
었지」
가까이에 아무도 없건만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아직 선포되지는 않았어. 그러나 전쟁이 일어날 거야. 믿어. 지금껏 이 일로
는 널 더 번거롭게 하지 않았어, 그러나 그때부터 나는 세 번 새로운 징후를 보
았어. 그러니까 세계의 몰락도 아니고, 지진도 아니고, 혁명도 아닐 거야. 전쟁일
거야. 그것이 어떻게 닥치는지 나도 보겠지! 기뻐들 하겠지. 벌써부터 다들 한번
터지기를 바라며 기뻐하고 있어. 그들에게는 삶이 그토록 맥없어져 버린 거야.
그러나 넌 보게 될거야, 싱클레어. 이건 다만 다만 시작이야. 어쩌면 큰 전쟁이
될 거야, 몹시 큰 전쟁이. 그러나 이것도 그저 처음에 불과해. 새로운 것이 시작
되지. 새로운 것이란 낡은 것에 매달린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겠지. 넌 무얼 할
거니?」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직 낯설고 믿어지지 않게 들렸
던 것이다. 여탑 
@p 214
「모르겠는데, 형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동원령이 내리면 곧바로, 나는 들어가야 해. 난 대위거든」
「형이? 그건 전혀 몰랐는데」
「그래, 그것이 나의 적응의 한 형태였어. 알고 있지. 난 바깥으로는 눈에 뜨
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늘 행동이 다소 지나쳐 정확하지 못한 편이지.
한 주일 이내에 벌써 나는 전장에 서 있을 거야」
「맙소사」
「자아, 이봐, 일을 감상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지. 살아 있는 사람을 향하여
총을 겨누기를 지휘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내게 즐거울 리 없지. 그러나 그건 부
차적인 것일거야. 이제는 우리들 누구나 큰 수레바퀴 안으로 들어와버렸어. 너
도. 너도 분명 징집될 거야」
「그럼 형 어머니는, 데미안?」
그제서야 나는 다시, 십오분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내었다. 세계가 얼마나
변했는가! 가장 감미로운 영상을 불러내기 위하여 모든 힘을 한데 모았었다. 그
런데 이제 나는 운명이 갑자기 새롭게, 위협적으로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고 나
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어머니? 아, 어머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어머니는 안전하셔. 지금 세
상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안전하셔. 어머니를 그토록 사랑하니?」
「형도 알고 있었어?」
@p 215 여탑 
그는 환하게 껄껄 웃었다.
「어린아이로군! 물론 알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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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어머니한테 에
바 부인이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무튼, 어땠어? 네가 어머니나 나를
오늘 부른 거지, 안 그래?」
「그래 내가 불렀어. 에바 부인을 불렀어」
「어머니가 들으셨어. 갑자기 나를 보내셨거든, 너한테로 가봐야 된다고. 어머
니께 방금 러시아에 대한 소식을 들려드리고 난 참이었는데 말이야」
우리는 돌아섰다. 별로 더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울타리에 매어두었던
말 고삐를 풀고 올라탔다.
위층 내 방으로 돌아와 나는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비로소 감지했다. 데미
안이 전한 소식 그 여탑 리고 그도바 더 조금 전의 긴장 때문이었다. 그러나 에바 부
인은 내 소리를 들었다. 나의 생각으로 나는 마음속에서 그녀에게 가 닿은 것이
다. 그녀 자신이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더라도 이 모든 것은 얼마나
특별한가, 근본에 있어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
가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이 이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일거다. 그리고 데미
안은 거기에 대해 그 많은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얼마나 기이한가, 지금 세계
의 흐름이 더 이상은 그 어딘가에서 우리를 스쳐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 지
금 갑자기 우리들의 가슴 한가운데를 뚫고 간다는 것이, 모험과 거친 운명들이
우리를 부르며, 이제, 아니면 머지않아 세계가 우리를 필요로 하고 스스로를 변
모시키려
@p 216
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 데미안이 옳다. 그것은 감상적으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
었다. 그토록 외로운 일인(운명)을 내가 이제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온 세계와
공동으로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그럼 좋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저녁에 시내를 지나갈 때, 구석구석이 큰 흥분으로
들끓고 있었다. 어디서나(전쟁)이란 말이 들려왔다.
나는 에바 부인 집으로 갔다. 우리는 정원의 정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가 유
일한 손님이었다.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다만 늦게, 내가 떠나기
직전에 에바 부인이 말했다. 「사랑하는 싱클레어, 오늘 날 불렀지요. 내가 왜
직접 가지 못했는지는 알지요. 그러나 잊지 말아요. 당신은 이제 부름을 알아요,
언제는 표적을 지닌 누군가가 필요하거든 그때 다시 불러요!」
그녀가 일어나 뜰의 어스름을 뚫고 앞서 갔다. 당당하게 왕녀처럼 그 비밀에
찬 여인은 말없는 나무들 사이를 걸어 여탑 갔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는 조그맣고 사
랑스럽게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내 이야기는 곧 끝난다. 사태는 급격히 진전되었다. 곧 전쟁이 있었고 데미안
은 제복에 은회색 외투를 입어 놀랍게 낯선 모습으로 떠났다. 나는 그의 어머니
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곧 그녀와도 작별했다. 그녀는 내 입에 키스했고 한순
간 나를 가슴에 안았다. 그녀의 큰 눈이 가까이에서 흔들림없이 내 눈 안으로
타들어오고 있었다.
@p 217
모든 사람들이 형제가 된 것 같았다. 그들은 조국과 명예를 말했다. 그러나 그
것은 운명이었다. 그들 모두가 한 순간 그 가림없는 얼굴을 들여다본 운명이었
다. 젊은 남자들은 병영에서 나와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많은 얼굴들에서 나는
표적하나를-우리들의 표적이었다-아름답고 가치있는 표적 하나를 보았다. 사랑
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들이 포옹을 받았
다. 나는 그것을 이해했고 기꺼이 응답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일종의 도
취였다. 운명의 뜻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취란 신성하다. 그들 모두가 이 짧고,
뒤흔드는 시선으로 이미 운명의 두 눈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전장으로 갔을 때는 이미 거의 겨울이었다.
처음에 나는, 총격의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 실망했다. 예전에 나는
한 인간이 하나의 이상을 위하여 살 수 있는 일이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드문지
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었다.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
상을 위해 죽는 것이 가능 여탑 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 이상, 자유로
운 이상, 선택한 이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떠맡겨진 공동의 이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내가 인간을 과소평가했음을 알았다. 그렇게 봉사와 공
동의 위험이 그들을 제아무리 제복을 입혀 획일화해 놓았어도 나는 많은 사람
들, 살아있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들이 운명의 의지에 눈부시도록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많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공격 때문만
@p 218
아니라 어느 때나 확고하고 먼, 약간 신들린 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시선은 목적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며 엄청난 것에 몰두해 있음을 뜻한다. 이런
사람드은 그들이 무얼 원하든 믿고 생각한다-자기들이 준비되어 있고, 쓸모있다
고, 그들에게서 미래가 형성되리라고. 그리고 세계가 점점 더 경직되어 세계와
영웅주의에, 명예와 다른 낡은 이상에 맞추어져 있는 듯 보일수록 그만큼 더 요
원하게 그리고 그만큼 더 거짓말처럼 외면적인 인간성의 목소리 하나하나는 울
렸다. 이 모든 것은 다만 표면이었다. 전쟁의 외적이고 정치적인 목적들에 대한
물음이 표면에 그치듯이. 깊은 곳에서는 무엇인가가 생성중에 있었다. 새로운 인
간성 같은 무엇이.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으며 그들 중 어떤 사람
들은 바로 내 곁에서 죽었다. 그들에게는 미움과 분노, 살육과 말살이 대상에 매
어 있지 않다는 통찰이 느껴졌

립카페 
립카페  
립카페   여탑 

아니다. 대상들은 목표들과 꼭 마찬가지로, 완
전히 우연이었다. 원 느낌, 가장 거친 느낌들도, 적에게 향하여 있는 것이 아니
었다. 그들의 유혈의 위업은 오로지 내면의, 그 자체 안에서 산산이 파열된 영혼
의 발산이었다. 새로 태어날 수 있기 위하여 광분하여 죽이고, 말살하고, 죽으려
는 영혼의 발산이었다.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있었다. 알은 세
계였고 세계는 짓부수어져야 했다.
우리가 점령한 농가 앞에서 어느 이른 봄날 밤 나는 보초를 서고 있었다. 가
끔씩 미풍이 불고 있었다. 높은, 플랑드르의 하늘을 구름떼가 몰려가고 있었다.
그 구름 뒤
@p 219
어디쯤엔가 달이 있으리라는 예감. 벌써 온종일 나는 불안했었다. 그 어떤 근심
이 내 마음을 어수선하게 했다. 지금, 어두운 지정된 내 자리에서 보초를 서며
나는 간절하게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의 영상들을, 에바 부인을, 데미안을 생각
했다. 한 그루 포플러에 기대어 요동치는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모르게 움
칫거리는 하늘의 밝음이 곧 솟구치는 커다란 형상들의 연속이 되었다. 내 맥박
이 기이하게 엷어지는 데서, 내 살갗이 바람과 비에 대하여 둔감해진 데서, 섬광
을 내는 내면의 깨어 있음에서, 내 주위에 한 지도자가 있음을 나는 감지했다.
구름 속에서 커다란 도시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거기서 수백만의 사람이 쏟아
져 나왔고, 그들은 떼를 지어 넓은 품경위로 퍼져갔다. 그들 한가운데서 힘찬 신
의 모습 하나가 나왔다. 머리 여탑 에는 빛을 뿜는 별을 달고, 산처럼 크고, 에바 부인
의 표정을 가지고. 그 모습속으로 인간의 대열들이 거대한 동굴속으로 빨려들듯
사라졌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여신은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녀 이마에서 표지가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꿈 하나가 그녀를 지배하는 힘을 가진 듯 보였다. 그
녀가 두 눈을 감았다. 그녀의 큰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갑자기 그녀가 맑
고 높은 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이마에서 별들이 튀어나왔다. 수천개의 빛나는
별들이. 그 별들은 찬란한 포물선을 그리며 검은 하늘 너머로 휘익 떨어졌다.
별들 중의 하나가 환한 음으로 똑바로 나를 향해 씽 날아왔다. 나를 찾고 있
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별은 요란한
@p 220
소리를 내며 수천개의 불꽃으로 쪼개져서 나를 휙 끌어올렸다가 다시 땅바닥으
로 내동댕이쳤다.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에서 세계가 무너졌다.
나는 포플러 가까이에서 흙과 상처로 뒤덮인 채 발견되었다.
나는 어느 지하실에 누워있었다. 머리 위에 포화가 퍼부어지고 있었다. 나는
어느 수레에 누워 덜컹덜컹 빈 벌판을 지나갔다. 대체로 나는 잠을 잤거나 의식
이 없었다. 그러나 깊이 잠자면 잘수록 무엇인가가 나를 끌어당김을, 나를 지배
하는 주인인 어떤 힘을 내가 따르고 있음을 그만큼 더 격렬하게 느꼈다.
어느 외양간 짚더미 위에 누워 있었다. 어두웠다. 누군가가 내 손을 밟고갔다.
그러나 나의 내면적인 것은 더 나아가려 했다. 더 강하게 그것은 나를 끌고갔다.
다시 나는 수레위에 누었다. 나중에는 들것 혹은 사다리 위헤 누웠다. 점점 더
그 어딘가로 가라고 명령받고  여탑 있음을 느꼈다. 마침내 거기로 가려는 충동밖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립다방 
립다방 
립다방  

밤이었다. 의식은 분명했다. 이제 막 내 안의
끌림과 충동이 힘차게 느껴졌던 참이었다. 이제 나는 넓은 홀에, 바닥에 깔린 자
리에 누워있었다. 내가 부름을 받은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이었다. 주위를 바라보
았다. 내 매트리스 바로 곁에 다른 매트리스가 바싹 붙어 놓여 있었고 누군가가
그 위에 있었다. 그 사람이 앞으로 몸을 숙이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마 위에 그

@p 221
적이 있었다. 그것은 막스 데미안이었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말할 수 없었거나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그 너머 벽에 달려 있는 신호등 불빛이 드리워
져 있었다. 그가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무한히 긴 시간 동안 내내 그는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천천히 그가 얼굴을
내게 더 가깝게 밀었다. 우리가 거의 닿을 때까지.
「싱클레어!」그가 나직이 말했다 여탑 .
나는 그에게 눈으로 그의 말을 알아듣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그가 다시 동정하는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어린 소년이 됐네!」그가 미소 띠며 말했다.
그의 입이 이제 내 입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나직이 그가 계속 이야기했다.
「프란츠 크로머 아직도 기억해?」
나는 그에게 눈을 깜박여 보였다. 미소지을 수도 있었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니? 그리고 또 뭔가 있어! 에바 부인이 말했어. 네
@p 222
가 언젠가 잘 지내지 못하면 날더러 네게 당신의 키스를 해달라고. 나에게 함께
해준 키스를... 눈을 감아, 싱클레어!」
나는 선선히 눈을 감았다. 내 입술 위에 가벼운 입맞춤이 느껴졌다. 입술에서
는 계속해서 조금씩, 그러나 결코 줄어들지 않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
고 나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사람들이 깨웠다. 붕대를 감아야 했던 것이다. 마침내 완전히 잠이 깼
을 때, 나는 얼른 옆 매트리스로 몸을 돌렸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이
거기 누워 있었다. 여탑 
붕대를 감을때는 아팠다.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
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속에
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위
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여탑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
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p 223
작품 소개
「데미안」은 제1차 세계대전중인 1916년에 씌어지고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출판되었다. 당시에 이미 작가로서 유명했던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1877-1962)는 이 작품을 가명으로 발표했다. 작품성만으로 평가받아 보고
싶어서였다. 그 결과 에밀 싱클레 여탑 

립다방 
입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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